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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Paper Prototyping

Paper prototyping은 요즘 많이 들리는 이야기 중 하나로, User Interface 등을 디자인할 때 종이로 슥슥 그려서 잘라 붙여보고 하는 것을 말하는 용어다. 내가 이런 '아날로그' 방식에 관해 처음 접했던 건 KLDP CodeFest에서 아희 언어팀에 참가했을 때, puzzlet님이 "Paper Wiki"를 해보자고 했던 것이었다. 그때 했던 일은 UI 디자인이 아니라 아희 언어 스펙의 미결정 사항을 결정하기 위한 아이디어 토론이었는데, 종이 한 장을 계속 돌려가면서 토픽을 새로 만들거나 댓글을 달고, 종이가 꽉 차면 새 종이를 돌리는 식으로 30여분간 진행했었다.

아날로그 방식은 컴퓨터로 작업할 때 얻지 못하는 것들을 가져다준다. 입술 다음으로 섬세한 촉각 기관인 손으로 직접 감각적 피드백을 받는 것, 디지털 도구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컴퓨터는 작업도구로서는 매우 유용하지만 아이디어 창작도구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건축가이신 아버지도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요즘은 대부분 대학에서 CAD 등을 배우고 컴퓨터를 잘 하는 사람들이 회사에 들어오지만, 그 중에 진짜 창의적인 디자인, 손으로 그린 인간미 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적어졌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paper prototyping은 아주 전통적이면서도 강력한 도구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무한대(횟수)의 수정이 가능한 컴퓨터가 더 자유롭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그 수정의 방법에 제약이 있는 컴퓨터보다 비록 조금 불편해보이는 종이와 펜이 보다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데에 적합하다. 전에 애자일 이야기 블로그에서도 김창준님이 하신 얘기 중에,

로저의 책자에 나오는 한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인용하겠습니다.

두 그룹의 비슷한 사람들에 대해 정신의 예민함(mental acuity)을 테스트하기로 했습니다. 테스트 직전에 한 그룹은 20분 동안 방 안에 조용히 앉아있도록 한 반면, 다른 그룹은 그 시간 동안 다른 방에서 날카로운 칼로 사과 껍질을 깎았다고 합니다. 결과는? 사과 껍질을 깎았던 그룹이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손을 썼다는 것입니다. 뇌에서 손과 관련된 부위가 매우 넓다는 것은 잘 아실겁니다. 눈으로 보면서 손을 조율하는 작업을 하면 뇌에서 다양한 뉴런이 촉발된다고 합니다. 또 가만히 있는 것보다 육체적 운동을 하면 뇌로 가는 혈류랑이 증가하면서 뇌 활동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등 공감각을 써서 뇌가 깨어났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분명히 키보드를 치는 것 이상으로 손을 가지고 무언가 만지는 건 뇌에 더 많은 자극을 주는 것이 분명하다. 나도 코딩을 해보고 피아노도 쳐보고 그림도 그려보지만, 분명히 코딩할 때보다 피아노를 칠 때나 그림 그릴 때 더 많은 공감각적 자극이 이루어짐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HCI라는 학문에서 연구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새로운 컴퓨팅 환경이라는 것이 결국 디지털 기기들의 표준적인 인터페이스가 점점 아날로그 시대의 인터페이스를 닮아가게 하는 것일지도.

  • polarnara 2007.03.06 07:33

    저도 이번에 스킨 만들 때 이면지 여러 장 날려가면서 만들었었죠 ^^ (결국 결과물은 돌고 돌아 다시 단순함으로 돌아왔지만-_-) 터치스크린 기술이 말씀하신 아날로그 시대의 디지털 인터페이스- 의 한 예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nike shoes 2013.07.25 13:14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떠있으면,나는 너를 생각한다.